국가지도집 2권

풍혈과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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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혈은 애추, 암괴원, 암괴류 등 크고 작은 암설이 퇴적된 사면에서 미기후학적 현상에 의하여 여름철에는 찬 공기가 나오고 겨울이면 따뜻한 바람이 불어 나오는 바람구멍, 바위틈 또는 소규모 자연 동굴이다. 풍혈 가운데 얼음은 생성되지 않고 바람만 나오는 곳은 바람구멍 또는 바람굴이라고 부르고, 여름까지 얼음이 유지되는 곳은 얼음골, 얼음굴, 빙혈, 빙계, 하계 동결 현상지 등 여러 이름으로 부르지만, 이들은 기본적으로 풍혈의 하나이다. 일부 풍혈에서는 찬바람이 나오는 바람구멍과 함께 샘의 온도가 20 –25℃ 이하로 차가운 샘물이 솟는 냉천이 발달한다.
  우리나라 산지에 발달한 풍혈은 지구 온난화에 취약한 북방계 식물종이 많이 분포하므로, 대표적인 풍혈들을 정하여 환경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상 풍혈들은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동막리, 강원도 홍천군 내면 방내리,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우리,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충청북도 제천시 수산면 능강리, 경상북도 청송군 부동면 내룡리, 경상북도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 전라북도 진안군 성수면 좌포리,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 남명리 풍혈 9개이다. 국내 9개 풍혈은 형태에 따라 애추형 풍혈, 동굴형 풍혈, 함몰형 풍혈 3개 유형으로 나뉜다.
  풍혈은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고 배후에 중생대 백악기층 등 오래된 기반암이 노출되어 있으며, 산지와 평지가 만나는 경사 급변점인 산록 말단면에 널리 발달한다. 풍혈은 방위상으로 북서 및 북사면으로 일사량이 적고 기온의 교차가 적은 곳에 주로 나타난다. 풍혈은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빙기에 빙하가 발달하는 한랭한 기후대 주변의 주빙하 환경으로 현재보다 기온이 현저히 낮았던 시기에 주로 형성되었다.
  풍혈은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 빙기에 북쪽의 추위를 피해 남하했던 북방계 식물들이 최후 빙기 이후 간빙기에 재이주 과정에서 국소적 기후 환경에 적응 격리되어 있는 피난처이다. 따라서 한랭한 지역에 서식하는 북방계 식물종들이 풍혈에 많이 분포한다.
  강원도 홍천군 방내리의 해발 고도 350m 일대산록에 발달하는 풍혈에는 소규모 월귤 군락이 분포하는데 분포상 남방 한계선에 인접한다. 북극권에 우점하는 상록 활엽성 관목의 하나로 전형적인 극지 고산 식물인 월귤이 온대 지역인 한반도 북부고산과 함께 홍천군 저지에 격리 분포하는 것은 홍천의 풍혈이 한반도로 유입된 극지 고산 식물들이 서식하는 피난처였음을 의미한다. 빙하기에는 월귤과 같은 북방계 식물들이 연속적으로 분포했으나, 홀로세에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극지 고산 식물들은 고산, 아고산, 풍혈 등 여름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곳에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홍천 풍혈의 월귤은 분포상 남방 한계선이자 낮은 고도에 격리되어 분포하는 서식지로 현지 내 보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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