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지리적인 분포는 지형, 기후, 수문, 식생의 특성을 반영한 서식지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동물은 식물에 비해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높고 이동성이 커서 동물지리구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월리스의 동물 분포구계에 따르면 한반도는 아프리카 북부, 유럽,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이 포함되는 구북구계에 속한다. 한반도의 동물지리구를 구획한 시도는 많지 않으나 포유류, 곤충류, 어류 등을 대상으로 부분적으로 시도되었다.
포유류와 조류 분포와 식생대를 연계하여 한반도를 북방계의 한국고지소구와 남방계의 한국저지소구로 나누었다. 한국고지소구는 자연환경과 경관이 러시아 우수리 지방과 중국 동북부 지방의 북부와 비슷하며 한대림이 발달하는 북한의 묘향산맥, 부전령산맥의 개마고원, 남한의 태백산맥 일부의 고지대를 포함한다. 한국고지소구에 서식하는 포유류는 우수리땃쥐, 우는토끼, 북방애기박쥐, 검은담비, 무산쇠족제비, 우수리사슴 등이다. 조류로는 멧닭, 점박이멧새, 세가락딱따구리, 긴꼬리올빼미, 쇠오색딱따구리, 개미잡이 등이 서식한다.
한국저지소구는 온대림과 난대림이 발달하는 한국 서부, 중부 및 남부의 대부분을 포함하며 남한의 일부 고산(설악산, 지리산, 한라산 등)들을 제외하고는 산림 지대가 적고 경작지가 많으므로 산록-평야 지대 서식하는 동물이 분포한다. 한국저지소구의 포유류는 오렌지윗수염박쥐(붉은박쥐), 고라니, 쇠갈밭쥐, 멧돼지 등이다. 조류는 흑비둘기, 크낙새, 뿔종다리, 직박구리, 동박새 등이 대표적이다.
한반도에 서식하는 나비류의 분포와 구성(구북구계와 동양계의 비율)을 바탕으로 4개의 지리구로 구분하였다. 구북구계에는 시베리아 아무르 지방에서 남진한 계통으로 함경산뱀눈나비, 백두산표범나비, 함경어리표범나비, 시베리아부전나비 등이 분포한다. 남부중국계에는 서부 중국, 몽골, 남만주 지방을 거쳐 압록강을 도하한 계통인 홍줄나비, 공작나비, 눈나비 등이 대표적이다. 극동특산종 및 격리아종계는 은판나비, 신부나비, 황새줄나비 등이 산다. 동양계에는 일본의 큐슈, 쓰시마, 오키나와에서 한국 남부로 이주해온 남방공작나비, 제주왕나비, 남방노랑나비, 사향제비나비 등이 서식한다.
담수어류는 우리나라 하천수계와 민물고기의 지리적 분포에 기초하여 남한을 태백산맥 동쪽 강릉 남대천 이북의 동북한아지역, 영산강 수계에서 낙동강 수계까지 남해로 흐르는 유역의 남한아지역, 영광군의 소하천 이북의 서해로 유입되는 하천을 포함한 서한아지역으로 분포구를 나누었다.
동북한아지역에 분포하는 담수어류로 버들가지, 북방종개 등이 있으며, 모샘치, 연준모치, 종개 등 과거 아무르 하천에서 유래되었다고 보는 북방계 종들이 있다. 남한아지역에는 모래주사, 왕종개, 수수미꾸리 등과 버들치, 쌀미꾸리 등의 북방계, 송사리, 꺽저기 등 일본 공통종이 있다. 서한아 지역에 서식하는 종은 어름치, 감돌고기, 금강모치, 돌상어 등의 특산종이 있으며, 북방계의 새미, 연준모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