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집 1권

고지도에 나타난 동해와 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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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동쪽의 바다 이름인 동해와 우리의 소중한 영토인 독도는 고지도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동해라는 명칭은 고구려의 광개토대왕릉비를 비롯하여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다양한 문헌 자료에서 볼 수 있지만, 일부 고지도에도 수록되어 있다.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 지명은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의 「아 국총도」에서 분명하게 볼 수 있다. 18세기 후반에 제작된 「아국총도」는 정상기의 「동국대전도」 계열의 소형 전도로서 아름다운 채색이 돋보이는 지도이다. 지도에는 ‘동해’가 ‘서해’, ‘남해’와 더불어 바다에 표기되어 있다. 

  ‘동해’라는 바다의 이름은 서구식 세계 지도에서도 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의 「천하도 지도」는 알레니의 「만국전도」를 바탕으로 조선에서 제작한 지도이다. 이 지도의 동해에는 ‘소동해 (小東海)’ , 서해에는 ‘소서해(小西海)’라는 바다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이러한 바다 명칭은 원래의 「만국전도」에는 없는 것으로 조선에서 새롭게 기입해 넣은 것이다. 

  동해와 더불어 독도도 다양한 고지도에 표현되어 있다. 조선 시대에는 독도를 ‘우산도(于山島)’라 칭했는데, 조선 전도를 비롯하여 조선 후기의 군현 지도책에 수록된 울릉도 지도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 조선 전기의 지도에는 독도인 우산도가 울릉도의 서쪽에 그려지지만 조선 후기에는 울릉도의 동쪽으로 방위가 수정되어 그려졌다. 이는 안용복 사건을 거치면서 독도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지도에 반영된 결과이다. 정상기의 「동국대전도」에는 독도의 위치가 실제에 가깝게 수정되어 표현되었다. 이러한 경향은 정상기의 「동국대전도」 계열에 속하는 「해좌전도」에도 계속 이어진다.   「해좌전도」는 19세기 중반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해좌(海左)’는 중국에서 본다면 바다 동쪽에 있는 곳으로 조선을 가리킨다. 지도의 윤곽과 내용은 정상기의 「동국대전도」와 유사하며 산계와 수계, 자세한 교통로 등이 동일한 수법으로 그려져 있다. 울릉도와 독도를 보면 울릉도에는 중봉(中峯)이 산의 형태로 그려져 있다. 그 옆에 부속 도서의 형태로 우산도를 작게 그렸는데 산봉우리의 모습도 그려 넣었다. 아울러 울진에서 이어지는 해로의 모습도 보인다. 그 옆의 여백에 울릉도의 연혁과 지리에 관한 간단한 글이 기재되어 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과 같은 지리지에 수록된 내용이다. 

  독도가 그려진 군현 지도책으로는 18세기의 「조선지 도」를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조선지도」는 영조대 정상기의 「동국대전도」와 같은 전도, 전국 각지의 군현 지도가 활발하게 제작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새롭게 만든 지도이다. 4.1~4.2cm 정도의 방격을 기초로 그려져 있는데 거리와 방향이 회화식 군현 지도에 비해 훨씬 정확하다. 여기의 울릉도 지도는 전체의 구도나 내용으로 볼 때, 이전 시기 울릉도 수토의 결과 제작된 울릉도 지도를 기초로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 울릉도의 동쪽으로 우산도가 그려져 있는데 이전 시기 회화적 기법을 가미한 울릉도 지도에 비해 울릉도 본섬에서 더 떨어져 있다. 방격 1칸을 20리로 본다면 거리가 대략 40리 정도 된다. 아울러 우산도를 울릉도와는 다른 별도의 해역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독도를 그린 것이 분명하다.

  동해 지명이나 독도는 서양의 고지도에도 표현되어 있다. 서양 지도에서 조선이 표현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로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섬의 형태로 표현되던 것이 차츰 반도의 형태로 제 모습을 갖춰나가게 된다. 이들 지도에 동해 명칭이 등장하는데, 한국해 또는 동해 명칭으로 표기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의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의 세닉스(Senex)가 1720년에 제작한 「아시아 지도」이다. 이 지도는 1705년 제작된 프랑스 드릴(Delisle)의 지도를 영역(英譯)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습은 실제보다 크게 그려져 있는데, 남북보다는 동서로 퍼져 있는 모습이다. 국호는 ‘K(ingdom) of Corea’로 표기되어 있다. 동해는 ‘The Eastern Sea(동해)’ 또는 ‘Corea Sea(한국해)’로 표기되어 있다. 

 17세기 초반까지 제작된 서양 지도에는 조선이 소략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한반도의 동쪽에 있는 울릉도나 독도가 표현되기가 어려웠다. 이후 1735년 당빌(D’Anville)의 「조선왕국전도」에서 조선이 처음으로 상세하게 표현되었고, 울릉도와 우산도도 동해안에 표기되었다. 당빌의 「중국지도첩」에 수록된 「조선왕국전도」에는 서쪽에 우산도(독도)에 해당하는 ‘Tchian-chan-tao’, 동쪽에는 울릉도에 해당하는 ‘Fan-ling-tao’라는 두 개의 섬이 그려져 있다. 당빌의 지도는 이후 많은 지도에 영향을 미쳐 프랑스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의 지도에서도 울릉도, 우산도의 표현을 볼 수 있다.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표현한 것은 일본에서 제작된 지도에서도 확인된다. 1894년 다나카 아키요시(田 中紹祥)가 제작한 「신찬조선국전도(新撰朝鮮國全圖)」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죽도(竹島)와 송도(松島)로 표기되어 있고, 한반도와 동일한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는 일본에서 독도를 한국의 영토로 인정하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울릉도, 독도와 더불어 동해 명칭도 일본의 지도에서 볼 수 있다. 이의 대표적인 지도는 다카하시 가게 야스(高橋景保)가 1809년에 제작한 「일본변계략도(日本邊界略圖)」이다. 이 지도는 일본 열도를 아시아 지역의 중심에 위치시킨 최초의 관찬 지도이다. 경위선망이 그려져 있고 일본은 이노 다다타카(伊能忠 敬)의 측량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 부분은 중국 「황여전람도」의 조선도의 윤곽과 흡사하여 이 계통의 지도를 기초로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 동해를 조선해로 표기하고 있고 울릉도와 우산도를 ‘울릉도('陵島)’, ‘천산도(千山島)’로 표기하여 독도를 조선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