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도집 2권 2020

대한민국의 전통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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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은 한국의 전통적 지리 인식 체계이다. 과거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반도를 이루는 산들의 지형적 특성을 위계 구조를 가진 하나의 연결된 줄기 체계로 인식했다.

 

 신경준은 『산경표』에서 한반도의 산지 위계를 백두산에서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아래 1정간, 13정맥으로 구성했다. 백두대간을 골격으로 산줄기와 물줄기를 정리하고, 그 체계를 인문과 생태를 포함하는 한반도 문화의 기반으로 이해했다.

 

 산림이 6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숲은 대부분 백두대간에 연결된다. 백두대간은 사람의 척추에 비유되는 한반도의 중심 뼈대로서 그것과 함께 반만년의 긴 시간 동안 인간과 자연은 상호 작용을 통하여 문화 생태적 공간과 정신을 이루었다.

 

 생태 통로를 보호하며 백두대간의 무분별한 개발 행위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5년 9월 백두대간 보호 지역을 지정하였다. 백두대간 보호 지역 지정은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고, 나아가 태평양의 해양 문화와 유라시아 대륙 문화의 연결 고리를 탄탄하게 하는 대륙과 해양 생태계의 상호 의존성을 한반도에서 지키려는 의지와 관련이 있다.


 백두대간 보호 지역은 강원도 고성군 향로봉에서 경상남도 산청군 지리산 천왕봉까지 길이 864km, 면적 26만 3천 ha로 우리 국토의 2.6%에 해당한다. 2019년 11월 백두대간 보호 지역은 총 763km, 275,465ha로 기존보다 확대되었고 우리 국토의 2.7%에 해당한다. 백두대간 보호 지역은 지리산과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우리나라 주요 산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500여 개의산과 봉우리, 고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지역은 우리나라의 문화 〮역사적인 측면에서도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주요 산마다 수려한 경관과 불교 문화가 접목된 유래 깊은 사찰이 있고, 국보, 보물 등 유 〮무형의 문화재가 산재하고 있다. 현재까지 국보 31점, 보물 273점, 사적 49개소 등 국가 지정 문화재만도 543개소가 있으며, 시 〮도 지정 문화재 965개, 문화재 자료 523개, 등록 문화재 53개 등이 있다. 특히, 절에 속한 사찰림은 보호 지역의 가치를 유지하고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사찰 935개소 중 173개소(19%)의 전통 사찰이 백두대간에 있으며, 여기에는 일반에게 잘 알려진 백담사(설악산), 월정사 〮상원사(오대산), 화엄사(지리산)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사찰에 소속된 사찰림은 보호 지역의 약 6%에 달하는 16,571ha이다.

 

 백두대간 보호 지역을 지정할 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기준을 적용하였다. 첫째, 백두대간 보호 지역은 핵심 산줄기로서 단절되지 않아야 한다. 둘째, 능선을 중심으로 생태계의 연속성과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핵심과 완충 구역은 수계, 산지 체계, 식생 등 생태적 인자로 그 경계를 정해야 한다. 넷째,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러한 기준과 원칙을 통해 2005년 9월 백두대간 보호 지역 총 263,427ha가 지정 고시되었고, 이를 소유권별로 구분해 보면, 국유림 79%(208,984ha)와 공유림 8%(19,905ha), 사유림 13%(34,538ha)로 구성되어 있다.

 

 백두대간 보호 지역을 도면으로 표시하여 보호하는 시행령은 2019년 11월 고시하였고, 지정 면적 275,465ha 중 핵심 구역 179,095ha, 완충 구역 96,369ha으로 나누어 지정하였다. 이로써 무분별한 개발 행위로 인한 훼손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관리 체계의 근간이 되는 도면이 비로소 마련되었다.

 

 제2차 백두대간 보호 기본 계획은 지속 가능성과 연계성, 종합성, 지역성을 고려하는 원칙이 되었고, 백두대간을 개발한 정도를 판단하고 보전과 현명한 환경 이용을 도모하는데 필요한 기준도 된다. 나아가 남북 간 백두대간 공동 관리를 의제화하고, 국제기구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등에 백두대간 국제 보호 지역 지정 추진 및 동북아 생태 네트워크 구축에 참여하여, 국제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두대간은 한반도 전체 숲 중 4.3%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많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식물 126과 541속 1,248종(3아종, 204변종, 22품종)이 생육하고 있고, 하늘다람쥐, 담비, 삵, 수달 등 23종의 포유류와 12종의 보호 조류를 포함한 91종의 조류가 살고 있으며, 11종의 양서류, 6종의 파충류가 서식하고 있다.

 전통 마을 숲은 마을에서 위치에 따라 수구(동네가 자리 잡은 유역의 입구를 가리는 숲), 옆(마을의 오른쪽이나 왼쪽이 낮은 지역을 가리는 숲), 뒷산(마을 뒤를 가리며 낮은 능선을 보충한 숲), 계곡(마을 주변, 특히 계곡의 보기 흉한 바위나 다른 물체를 가리는 숲), 뫼(평지에 홀로 서 있는 언덕을 보충한 숲)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 2020년 3월 현재 남아 있는 마을 숲은 총 1,335개소로 조사되었다. 대부분의 마을 숲은 규모가 작아 1ha 이하 면적의 숲이 전체 개수의 약 78.7%를 차지한다. 마을 숲을 이루는 주요 수종은 소나무와 느티나무로 주로 마을과 지방 정부에서 관리한다. 형태상으로는 물의 흐름을 늦추기 위한 수구막이가 가장 많다.

 

 남아 있는 마을 숲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경남 함양의 대관림으로, 신라 진성여왕(887 - 897년) 때 최치원이 천령군 태수로 재임시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고 숲을 만들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약 1,100년 전에 조성된 205,842m2 크기의 숲은 상수리나무와 굴 참나무, 개서어나무, 나도밤나무, 사람주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분포하며,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마을은 배산임수를 입지와 토지 이용의 근간으로 삼고 경계가 되는 산줄기가 튼실한 유역 안에 자리 잡았다. 이러한 입지는 득수와 방풍, 자원 채취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려고 했던 노력의 결과로 이해된다. 전통 마을의 공간 배치 또한 지역의 자연 조건에 적응하고 주변 자연 생태계와의 조화로운 관계를 맺으며 유지되었다.

 

 전통 마을 숲의 조성과 보존은 조상들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얻은 전통 지식에서 비롯된 토지 이용의 일환이다. 마을 숲은 마을 경관의 일부로 주로 마을이 공동으로 소유하여 관리하고 보호했다. 이들 중 역사성과 문화가 확연하게 유지되고 있는 숲을 ‘전통 마을 숲’ 이라 한다. 남아 있는 마을 숲 중 일부에서는 간혹 지역 주민들이 약초를 구하기도 하고, 버섯이나 산나물 등을 키우기도 하며, 마을 숲의 낙엽을 거름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마을 숲은 마을의 앞이나 옆, 뒤쪽을 시각적으로 가려 주기도 하고 여름철 태풍이나 겨울철 차가운 북서 계절풍을 막아 마을의 미기후를 조절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또한 마을 숲 가까이에 연못이나 하천을 조성하여 홍수 때 범람을 막거나 농사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등 지표수의 자연적 흐름을 유도하기도 한다.

마을 숲은 마을 사람들이 흔히 모이는 만남의 장소이며, 더운 여름에는 무더위 쉼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어떤 마을 숲은 주민들이 영적인 장소로서 보호하는 일종의 성지이며, 이런 곳에서는 주기적으로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마을 숲에는 대부분 소나무나 느티나무와 같은 큰 나무들이 자라며, 둥치나 가지에는 구멍에 둥지를 트는 원앙, 소쩍새류, 부엉이류, 딱따구리류, 찌르레기, 박새류 등이 서식하고 있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새들을 마을 근처에서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 외에도 먼 거리를 이동하는 새들에게는 산과 산을 연결하는 중요한 징검다리 서식처가 되기도 한다. 또한, 하천, 경작지, 숲을 오가며 살아가는 반딧불이류를 비롯한 다양한 곤충들의 서식처로 작용하기도 한다.